이기태(개신동)
여섯 달 후 저는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합니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드디어 제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습니다.
그동안 고생해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막상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하니 그 옛날 일이 떠오릅니다.
볕도 들지 않는 음습한 반지하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습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 늘 눅눅하고 음습한 곳.
장마철엔 곰팡이 덕분에 벽지에 꽃이 피니 호흡기 질환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도 좋을 리 만무죠.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20년도 넘은 어느 날 여름, 제가 결혼하던 날,
아들에게 온전한 전셋집 하나 장만해 주지 못한 게 한이 돼서 결혼식장에서 나와 아내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나의 어머니.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결혼식 첫날밤. 모텔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머니였답니다.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덜 그 방 취소허고 새로 얻거라. 빌라로 쓸만한 걸루. 내가 돈은 마련해놨다”
어머니는 큰아들이 반지하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하는 게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시는 외삼촌에게 돈을 좀 융통하셨다며 그걸로 신혼살림 집을 다시 얻으라는 말씀이셨죠.
그런데 아내는 ‘받지 말자’라고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빚을 떠안게 해드릴 수 없어서였죠. 아내의 넓고 큰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런 곳에서 희망의 단꿈을 꾸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포근한 아파트를 마련한 겁니다.
어머니는 지금 이 세상에 안계십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늦게나마 효의 감사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