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선(서원구 성화동)
낮이고 밤이고 북적거리는 서울에서 40년을 넘게 살고 이제 청주에 정착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열 살 쌍둥이 아이들의 전학과 이사 준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한가로운 커피를 즐기던 나는 문득 서울과 다른 점 때문에 놀랐던 이삿날이 생각이 났다.
서울의 아침은 고작 9km인 직장까지 1시간 20분의 차량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부터 빠른 준비가 필요했다. 이때 나 같은 직장인 엄마들은 학교 정문 앞까지 아이의 가방과 준비물을 핸드백과 함께 얽혀 맨 채 걷는 듯 뛰는 듯 등교를 함께한다.
나는 늘 그렇듯 아이의 등교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고, 꽉 찬 하루처럼 느껴지는 엘리베이터는 적막하고 가끔은 서로 등을 돌린 채 부딪히는 아이의 짜증을 받아내며 내려간다.
18년의 서울 직장생활 동안, 10살이 되는 아이들의 10년의 아침 등원, 등교의 시간동안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이웃의, 앞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을, 표정을, 나이를 모르고 간단한 인사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청주에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사 오시나 봐요.”
“안녕하세요? 아이가 쌍둥이인가요?”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려 3번의 인사를 받았다. 어른 남자와, 비슷한 또래의 아주머니와 그리고 귀여운 남자아이에게까지. 바쁜 내 마음과 어색한 인사에 하는 둥 마는 둥 한 나의 대답이 미안함으로 느껴질 정도의 밝고 힘찬 인사였다.
그 후로 지금까지 두 달 동안 인사는 늘 주고받는다. 심지어 아파트를 들어가는 주차장 인근에서도 처음 보는 아이에게 인사를 받았다. 우리 가족은 이제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한다. 어색한 인사를 두 달 동안 해오니 제법 동네 어느 아이에게 배운 말투와 표정을 따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청주에서 나는 그렇게 인사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