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희(서원구 개신동)
교실은 내게 싸늘한 곳이었다. 난 학생 시절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에 비해 책 속 세상은 멋진 사고와 공상이 가득해서 차가운 현실을 잊게 해주었다.
도서관. 그런 책들이 잔뜩 있고 언제나 따뜻한 공기와 기분 좋은 책 냄새로 날 감싸 안아주던 곳. 교실의 싸늘한 공기를 피해, 나는 매일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이 난 참 좋았다. 점심시간엔 도서관에 있었고, 교실에선 빌려온 책 속 세상에 존재했다. 중고등학생 시절 하루에 한 권 이상은 꼭 읽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던 나였는데 대학교 고학년이 되고 책을 손에서 놓았다. 친구가 많이 없던 것과 성장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지쳐서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도, 책을 읽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생각 없이 단순한 파트 타이머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며 작은 성취가 쌓였고 몇 년이 지나자 나의 마음도 다시 건강해졌다. 건강해진 나는 다시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내겐 더 이상 다닐 학교 도서관이 없었다. 나를 품어주던 학생 시절의 도서관이 너무나 그리웠다. 어릴 때 살던 동네보다도 더 돌아가고 싶은 평안한 곳. 그래서 올여름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도서관 일반 회원이 됐다. 멋진 시설에서 많은 책을 잔뜩 얼마든지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만두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니 난 더 깊은 사고를 하고 싶고 이런 사유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청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총균쇠’ 독서 토론 수업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신청했다. 그런데 총균쇠 책 3만원은 내게 부담스러웠다. 그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덕분에 토론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매주 인류와 종교, 나 자신과 인생에 관해 책을 통해 배우고 사람들과 사유를 나누고 있다. 궁금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독서 친구들이 생겨서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도서관 1층 화장실에 이런 문구가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고”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로 정말 어렸을 때부터의 내 마음 같다.
나는 안식처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안식처는 나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도서관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