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잔으로 건강해지는 방법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음양탕(陰陽湯)
청주의료원 부설한의원 한방과장 김철
『동의보감』「탕액편(湯液篇)」, 수부(水部)에는 물을 33가지로 나누고 논수품(論水品)이라 하여 물의 중요성과 서로 다른 물의 장단점 등을 이야기하고, 정화수(井華水)를 시작으로 서른 세 가지 물에 대한 좋고 나쁨과 용법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중 간단하면서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음양탕(陰陽湯)은 생숙탕(生熟湯)이라고도 하는데, 뜨거운 물에 찬물을 섞은 물로 토사곽란 등 위장병의 명약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몸의 상하 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몸을 건강하게 해줍니다. 의료봉사, 임상에서 환자분들께서 음양탕 하나만으로도 몸이 좋아지셨다는 임상례를 많이 접합니다.
음양탕 만들기
잔에 먼저 뜨거운 물(끓인 물)을 절반 정도 붓고 차가운 물을 조금 부어서 바로 복용합니다. 순서가 중요한데, 반드시 뜨거운 물을 먼저 넣어야 합니다(거꾸로 하면 음양탕의 효과가 반감됩니다.). 아래 뜨거운 물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위의 차가운 물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는 대류현상으로 기혈순환에 큰 효험이 있습니다.
음양탕의 원리
뜨거운 양(陽)의 기운인 물과 차가운 음(陰)의 성질인 물이 만나서 대류현상으로 상하 순환할 때 복용하시면, 몸의 상하의 기운을 원활하게 소통(수승화강(水昇火降): 찬 水氣는 상승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더운 火氣는 내려와서 아랫배를 따뜻하게) 시키는 약수(藥水)의 역할을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소감소체(감기와 소화불량 등)에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체질에 따라 응용하는 방법
(산수신산 酸收辛散 : 신맛은 거둬들이고, 매운맛은 발산)
1. 몸이 말랐다면 신맛의 유자차 음양탕·오렌지주스 음양탕을, 몸이 뚱뚱하면서 냉하다면 맵고 따뜻한 성질의 생강차 음양탕을 복용하십시오.
2. 뚱뚱하고 냉한 체질은 뜨거운 물의 비중을 많이 하고 찬물을 적게, 마르고 열이 많은 체질은 찬물의 비중을 늘립니다.
공복에 냉수는 좋지 않습니다. 한의학자이자 사암한방의료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금오(金烏) 김홍경 선생님께서 EBS방송 등에서 음양탕(陰陽湯)을 어지간히 말씀해서 널리 알렸습니다만 아직도 공복에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추우면 움츠리듯이 차가운 음식, 물은 위장관의 움직임을 떨어뜨려 흐름을 정체시킵
니다. 고인 물은 썩듯 우리 인체의 기혈, 음양, 한열, 표리도 잘 흘러야 건강하지요. 공복에 음양탕을 마시면 밤새 이완되어 있는 몸을 무리 없이 깨울 수 있고, 속이 편해지며, 장을 건강하게 합니다. 특히, 비염이 있는 분들은 아침 공복에 냉수를 드시면 잘 낫지 않습니다(형한음냉즉상폐·形寒飮冷則傷肺).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하고 땀을 낸 뒤에도 음양탕을 만들어 드시면 좋습니다. 실컷 땀을 내고 찬 음료를 마시면 그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습니다. 목을 위하지 말고 배를 위하라는 어른들 말씀에 건강의 지혜가 숨어있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음양탕(陰陽湯)을 가까이 하신다면, 가장 좋은 치료는 병이 오기 전에 다스린다는 한의학적인 건강법에 가까워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