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영(청주시 서원구)
3월, 초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 한 딸을 데리고 옥화자연휴양림을 방문했다. 겨울방학에 한
번 오긴 했었지만 매서운 바람과 추운 날씨 탓에 제대로 산행을 할 수가 없어 날씨가 다소 풀린 3월에 다시 방문
하게 되었다. 함께 야트막한 산을 오르고 숲 놀이터에서 아이가 잠깐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니 어디선가 요란한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새들 울음소리인지 개구리 소리인지 구분이 안 갔지만 혼자만의 여러 생각들 때문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은채 다시 산을 천천히 내려왔다.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출발했다. 딸아이는 여느 때 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블루투스로 재생하고 휴대전화에 깔려있는 달력 앱을 보더니 한마디 했다. “오늘 경
칩이라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옥화자연휴양림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났어~.” 평상시와 같이 약간
딱딱한 어조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 오늘 경칩이구나! 아까 그 소리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맞았구나!” 하며 나는 감탄했다.
딸아이는 겨울엔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겨울 내내 들리지 않던 개구리 소리가 크게 울리자 경칩이 맞는지 휴대폰으로 달력을 찾아본 것이였다.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스스로 경칩을 확인한 점도 기특하고 경칩의 뜻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도 나는 내내 대견스러웠다.
중학교 1학년이면 경칩이란 뜻은 당연히 알 나이이다.
하지만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일반중학교가 아닌 특수학교에 입학한 나의 딸이 스스로 사고했단 점이 나는 무척
뿌듯했다.
시간이 3월이 되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언제 그랬냐는 듯 동장군은 물러나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계절이 되
었다. 두꺼운 패딩점퍼는 당연히 벗어던지고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이 새로운 생명
들이 새 출발을 하려고 움트기 시작하는 봄인지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인지 전혀 감각이 없었다. 자연은 봄을
알리고 있었지만 나의 맘은 여전히 겨울이였던 것 같다. 딸아이가 일반초등학교 특수반을 다닌면서 늘 맘 졸이고
불안해했던 것이 홀가분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걱정 근심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믿어주는 대로 성장한다고 했는데 내가 늘 불안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딸애도 맘
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장애’가 있어 남들과 다르다는 시선과 여러 편견 속에서 내 스스로 움츠러들고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은 예전보다 많이 단단해졌다고 자부했지만 여전히 풀어가야할 숙제는 많은 것 같다.
오늘 경칩이라고 2023년 봄이 시작됨을 개구리들이, 또 훌쩍 성장한 딸아이 덕분에 알게 되어 새로운 학교 생활을 잘 할지 불안했던 마음 조금은 떨쳐버리고 힘차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산뜻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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