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향
(상당구 용담동)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일까요? 작은 일 하나가 새로우면서도 감동으로 다가온 경험이 있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취미로 ‘여성합창단’에서 합창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가 되어 보육원을 방문해 합창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창단 회원들이 모두 애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만한 노래는 뭐가 있을까를 고르고, 고른 뒤에는 동작을 박자에 맞춰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보육원 방문은 저에게 설렘을 주었습니다. 합창을 진지하게 보아주는 빛나는 눈동자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소리쳐 주는 그들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눈물 나게 찡한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또 다른 느낌의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 보육원에서의 합창은 큰 무게감도 느끼게 했습니다. ‘과연 어른스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방문 후에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통해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흉흉한 아동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아동학대, 유기, 살인 등등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른이 된 나는 그간 무엇을 했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보육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이런 사회의 어른이라서 죄스러움을 느꼈습니다. 합창 마지막 노래는 안예은이라는 가수의 ‘문어’라는 곡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유명한 노래이기도 했고-실제로 저 역시 저희 둘째 아이를 통해 이 노래를 처음 배웠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발랄하면서 무엇보다 가사가 참 재미있는 노래입니다. 그 노래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높은 산에 올라가면 나는 초록색 문어장미 꽃밭 숨어들면 나는 빨간색 문어 횡단 보도 건너가면 나는 줄무늬 문어 밤하늘을 날아가면 나는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는 거야.”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이 바로 이런 ‘문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문어의 색깔이 환경에 따라 바뀐다는 노랫말처럼 우리 아이들의 삶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어른들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어른스러움이란 결국 이런 오색찬란한 문어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닐지, 많은 생각을 하는 밤을 보냈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오색찬란한 색을 낼 수 있게 한 걸음 더 어른스러워진 ‘어른’이 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 어른들 모두가 ‘한명 한명의 아이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문어’가 되는 내일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면 어떠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