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린 엄청난 폭우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부 결혼기념일이 다가왔다.
직장 다니며 아이 키우느라 고생했을 아내를 위해 결혼기념일을 즐겁게 하는 선물이 무엇인지를 놓고 친구들에게 단체카톡방에 물었더니 의견이 분분했다. 그중에 현금이 최고라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이어 보석, 옷, 화장품이 꼽혔다. 모두 만만찮은 비용이 필요한 품목들이었다.
저렴하게 감동시키는 선물을 고민해보자고 했다. 꽃이 우선 나왔다. 빨간 장미꽃이 여전히 아내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라는 데 생각이 같았다. 그날 토론은 거기에서 끝났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아내는 의외로 소박하게 나왔다. “하나도 안 바랄테니 제발 술 먹는 것 자제하고, 가끔 청소와 설거지나 해달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의외로 너무 소박한 답변이어서 “그 정도냐.”고 했더니 그제야 본심을 내비쳤다. “옆집 동호 엄마는 남편이 하루 1시간씩 정성스레 발마사지를 해준다. 제대로 하기 위해 바쁜 중에도 인터넷에서 지압까지 배웠다더라.”며 쌜쭉했다.
아내를 감동시키는데 필요한 정성과 시간이 거기서 나올 줄 몰랐다.
그 뒤 모처럼 평일 쉬는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청소며 설겆이를 해놨다. 진공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돌며 온갖 먼지를 빨아들이고, 화장실의 누리끼리한 부분도 락스로 박박 문질러 대니 반짝거리며 윤기가 났다.
이정도면 아내가 평소에 하는 노동력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잡혔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문득 예전에 아내가 투덜거리며 했던 말이 죄다 떠올랐다. 결혼 초기에 부부싸움을 할때면 아내는 항상 날더러 “평일에는 회식과 야근한다고 늦게 오고, 주말에는 피곤하다고 잠만 자고, 애 보라고 하면 5분 안고 있다 팔 아프다고 내려놓지를 않나, 어쩌다 애랑 좀 놀아주라고 하면 TV만 틀어주고, 집안일은 하나도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헉.... 생각해 보니 나도 참 무심한 남편이었다. 크게 반성했다.결혼기념일에는 작은 티셔츠 1개와 가벼운 외식으로 기분을 냈지만 우리 청주시 가정의 남편들, 사소한 노력과 진정한 마음 씀씀이 하나가 아내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걸 깊이 새겨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