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행복한 마음 김정순(청주 서원구)
물 두 잔을 마시고 팔뚝에 남겨진 굵은 주사바늘 흔적을 바라보며 흐뭇함에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받은 훈장이었다.
이 훈장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끼니 때마다 계란, 콩, 살코기, 시금치, 미역, 김을 빼놓지 않았고 걷기를 즐겨하였으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 카페인을 피했다.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여러 비타민과 철분제 등 보충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어렵지 않게 팔뚝에 자랑스런 훈장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은 철분수치를 높이기 위한 나만의 노력들이다.
오늘 44번째 헌혈(전혈)을 했다. 결혼 전 시작한 헌혈이었지만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직장인이 되고... 이런 저런일로 인해 헌혈을 멀리했는데 4년 전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 두고 집에 눌러 앉으면서 다시 헌혈을 시작했다.
결혼 전 33회나 헌혈을 해 본 나였기에 큰 부담감은 없었는데 철분 수치가 낮게 나올 때가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었다. 이번엔 한 번의 방문에 성공해야지 하며 지난 일주일 내내 미역국, 시금치, 살코기는 넉넉하게 빼놓지 않고 먹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취침을 했으며 오늘 아침 식사는 다른 날보다 듬뿍 먹었다. 나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문 열리는 시간에 맞춰 헌혈의 집을 찾았다. 1번 방문자였다. 혈압을 잰 다음 난코스인 철분수치 검사를 했다. 그 찰나가 왜 그리 긴장이 되던지 콩닥콩닥 심장이 뛰었다.
12.5 다행히 헌혈할 수 있는 수치가 나왔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여 오늘 44번째 헌혈을 했다.
나의 목표는 60세가 되기 전 50회를 달성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헌혈 가족이다. 청년인 아들과 딸도 고등학교 때부터 헌혈을 시작했다.
아들은 꾸준히 생명을 주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딸은 직업 특성상 해외 체류가 잦은 관계로 현재는 동참할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내 나이 58세! ‘2년 동안 6번을 할 수 있을까? 철분 수치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염려 하며 어두운 얼굴빛을 보이는 나에게 아들과 딸은 엄지척을 보이며 “당근이지” 희망을 주었다. 헌혈은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활동이다. 헌혈이 가능한 나이인 69세까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헌혈에 동참할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