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
김세령
인적이 드문 육교 앞에 한 형제가 서 있다. 동생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형이
손가락으로 버튼을 가리키면, 어린 동생이 꾹 눌렀다. 동생이 버튼을 잘못 누르면 형이 나긋나긋 설명해 줬다. 맞게 누르면 양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도 해줬는데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한창 사춘기일 나이에 열 살은 차이 나 보이는 동생 손을 꼭 잡고 상냥하게 알려주는 형도, 형 옆에 꼭 붙어서 하나하나 배우는 동생도 참 예뻤다.
몇 년 전 어린이집 앞을 지나가다가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가 되면 율이는 선택이란 걸 해야 해.”, “엄마, 선택이 뭐야”, “선택이 뭐냐 하면….” 갈 길이 바빠 선택에 대한 엄마의 설명은 듣지 못했지만, 모녀의 귀여운 대화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은 어른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실은 누군가의 애정 어린 가르침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 귀에 들리는 순간이 있다.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그렇고, 아이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부모의 목소리가 그렇다.
사랑받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족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아이들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세상은 호의적이라는 믿음으로 아이들이 자신 있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막막할 땐 어린 시절 내가 받았던 사랑이, 세상을 다 가진 듯했던 자신감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